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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1 김대중 대통령을 보내며...
오늘 아침 출근하는 길에 시청광장의 분향소에 들러 분향을 했다. 이른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은 없었지만 숙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다녀간 사람들이 포스트잇으로 그가 가는 마지막길에 한마디씩 명복을 비는 말을 써서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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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날 부산출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김대중대통령의 서거소식을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죽음이었기에 처음에는 담담했다. 하지만 최근의 정치상황 때문인지 어쩌면 나름 만수를 누리고 저 세상으로 갔다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죽음이 마음 한편에서는 쓰디쓴 슬픔으로 아려왔다. 뭐라고 할까? 팔팔한 젊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몇 달전에 지켜봤는데, 이제는 그 아들의 죽음으로 상심한 고령의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봐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이라고 할까? 그런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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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우리 아버지는 그의 연설 테이프를 사서 들을 정도로 열렬한 지지자였고, 나는 처음으로 투표를 할 때 그를 찍었다. 물론 당시 그는 당선되지 않았고, 다음 선거에서는 당선되었지만 나는 그를 찍지 않았다.

김대중!
그는 반공주의자였지만 끊임없이 기득권세력으로부터 빨갱이로 몰려 사선을 넘기기도 했고, 아직까지도 일부 몰지각한 극우들로부터 빨갱이로 오해되고 있다. 그는 반공주의자였지만 공산주의자와 대화를 할 줄 알았고, 그의 주변에 우파들이 빨갱이로 오해할 만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는 이러한 오해를 분명히 불식시킬 줄 알았다. 대한민국 보수정치인의 생명이 반공에 있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보수의 한계를 분명히 알았고, 보수의 척박한 토양에서 민주주의의 최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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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장례가 국민장이 아니라 국장이고, 빈소가 국회의사당 본관인 것, 그의 장지가 대전 현충원이 아니라 서울 현충원인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는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어느 누구보다 많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한국에서 대통령을 지낸 야당 정치인의 죽음이 국장으로 치뤄지고, 국회의사당 본관에 빈소가 마련되고, 서울의 국립현충원에 매장이 된다는 것은 그의 죽음으로 한국의 야당 또한 대한민국의 적자임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은 그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그의 뜻일 것이고, 그러기에 정부가 국민장을 제안할 때 박지원의원이 가족장으로 할 지언정 국민장으로 하지 않겠다고 말한 뜻이기도 할 것이다. 즉, 그의 죽음으로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토대가 한층 단단해지는 계기가 된 셈이고, 대한민국도 한층 정통성이 있는 국가로 발돋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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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형식과 관련해서 유족들과 마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노제문제가 합의가 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명박정부와 유족과의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국민과의 문제로 봐야 한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일반 국민들이 지켜보고, 마음속에서 그를 선선히 보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 마지막까지 속 좁은 모양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죽음은 안타까운 것이지만 우리 인생의 한 단계이고 이것을 순리대로 극복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렇기에 장례라고 하는 집단적 행위가 있으며, 그러한 집단적 행위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대중들이 사회의 주역인 현대사회라고 해서 다르지 않는다. 대중들은 김대중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면서 그의 죽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소박한 마음과 심리를 모르는 이명박정부는 참으로 어리석은 정부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부디 고통이 없는 하늘나라에서 영면하시기를 빈다.




Posted by 별이빛나는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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